마케팅 대표 채널이 없어졌다

글로벌 IT 리서치 기업인 Gartner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2020년 3월에 발표한 ‘전시회 취소 등에 따른 마케팅 제약에도 수익 창출을 유지하는 방법’에 따르면 IT서비스 산업 마케팅 담당자 중 18%는 유의미한 세일즈 리드를 창출하는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마케팅 채널로 전시 및 이벤트 꼽았다고 한다 (이보다 응답률이 높았던 마케팅 채널은 ‘콘텐츠 마케팅’으로 20%를 기록). CES와 같은 대형 전시회 참가 성과에 따라 그해의 세일즈 실적이 달라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시/이벤트 마케팅은 기업 성과에 밀접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인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모든 전시회와 이벤트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잠정 보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연간 사업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나섰고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이 전시회 등의 이벤트를 대체할 수 있는 채널 확보에 대해 고민할 때, 발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나선 기업이 있다. 바로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 폭스바겐이다.

세계 최초 가상 모터쇼(Virtual Motor Show)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은 새로운 전기차 라인을 발표하며 전기차 진출을 본격적으로 알렸고 이듬해인 2020년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전체 라인업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개최를 한 달 앞둔 올해 2월, 제네바 모터쇼 준비위원회가 개최 연기를 발표하면서 폭스바겐 마케팅팀은 비상이 걸렸다. 모터쇼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Virtual Motor Show에 대한 아이디어는 시작되었고, 2020년 4월 세계 최초로 Virtual Motor Show, 즉 가상 모터쇼가 개최되었다.

차량들이 마치 실제 모터쇼 같이 섹션별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다 / VW YouTube 캡처

폭스바겐의 Virtual Motor Show는 실제 모터쇼 부스와 같은 공간 레이아웃으로 디자인되었고, 고객은 마우스를 클릭하며 전시 공간을 이동하고 카메라 시야를 조작해서 볼 수 있다. 카메라는 좌우상하, Zoom in & out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360도 환경으로 구성되어 차량과 전시 공간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관람객이 정해져 있는 경로(예: ‘다음’ 버튼을 누르면 페이지가 이동하는 방식)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용자가 실제로 모터쇼 부스를 방문하고 있는 것처럼 사용자 편의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가상 체험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전시 차량을 사용자가 직접 편집, 조작(configure)할 수 있는 기능도 주어졌다. 실제 모터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온라인이자 가상공간이라는 점을 활용해 차량 옵션, 색상, 휠 등을 실시간으로 변경하고 상세 설명을 원하면 재생하여 들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능도 포함되었다.

전기차 동작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 VW YouTube 캡처

화면 하단의 아이콘으로 차량의 색상과 휠을 변경 할 수 있다 / VW YouTube 캡처

Virtual Motor Show를 구성하는 콘텐츠 외에도 기술적인 검토가 이루어졌으며, 특히 다채널 유입과 동시 다중 접속을 염두에 두어 가상환경을 마련했다. 고객이 사용하는 기기와 인터넷 환경에 따라 로딩 속도와 그래픽 해상도, 품질(차량, 전시장 등) 등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사전에 대비한 것이다. 접근 지역과 디바이스에 상관없이 콘텐츠 표준 품질을 제공해 스트리밍 기반의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100명 이상의 고객이 동시 접속해도 래깅(lagging)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 동일한 그래픽 품질 수준으로 고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Virtual Motor Show는 시작일 뿐, 이후 예상되는 변화

폭스바겐의 Virtual Motor Show는 약 2주 동안 운영되며 수많은 방문자와 프레스, 리서치 업체 등이 방문했다. 언택트 마케팅이 대세로 떠오르는 코로나 19의 팬데믹 상황에서 자동차회사의 가장 큰 마케팅 통로인 모터쇼를 대체하고자 하는 폭스바겐의 도전을 시작으로 전시 마케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며,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서 아래와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가속화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중국기업을 분석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다스 나라얀다스(Das Narayandas)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오프라인 중심에서 디지털 기반 비즈니스로 변화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가졌던 고객들이 스스로 전환하게 되는 예상치 못한 혜택을 가져왔다. 기업은 앞으로 생존을 위해 디지털 변화를 더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채널이 그동안 오프라인 채널을 지원해주는 부가적인 채널로 여겨졌다면, 앞으로 디지털 채널은 기업의 주력 채널이 될 것이다. 이때 기업이 고려할 점은 오프라인 고객의 특성을 고려한 고객 경험 디자인이다. 예를 들면 폭스바겐이 실제 모터쇼 방문과 같은 자유로운 이동과 동선, 레이아웃을 디자인한 것은 오프라인 사용자의 체험요소를 해치지 않으려 한 노력이었다. 사실 이러한 노력은 이전에도 시도되곤 했으나 리소스 할당, 비용 및 속도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렌더링(Rendering) 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점들이 대폭 해소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렌더링 기술은 국내 철도업계에도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현대로템의 경우도 AR/VR/MR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유지보수자 및 운영자의 지원 솔루션 개발을 진행 중이며, 고객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실내외 조감도 역시, 과거의 이미지 소개 방식에서 VR을 이용한 디지털 조감도 형식으로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철도차량 제작사와 고객 간의 견해차를 좁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고객의 의견 수용률의 증가로 인해 고객의 만족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 대만 TRA 디지털 조감도

2) 대화형 콘텐츠(Interactive Contents)의 증가

디지털 채널이 중요해지면서 인터렉티브(Interactive) 즉, 고객과의 대화형 콘텐츠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인터렉티브 콘텐츠는 단순한 정보전달로 그치지 않고 고객이 직접 참여하게끔 유도하는 콘텐츠이며, 참여방식에 따라 퀴즈, 게임, 인포그래픽, 서베이, 컨피규레이터, 제품조립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된다.
폭스바겐 역시 가상 모터쇼 내 고객의 기호에 맞게 변경이 가능한 컨피규레이션(configuration) 기능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준비하였다. 고객이 직접 차량의 색상과 옵션을 자유롭게 변경해 보고 차량을 360도 각도에서 볼 수 있게끔 하여 차량에 대한 체험도와 이해도를 높였다. 제품에 대한 상세 설명은 이미지, 영상과 같은 멀티미디어와 연계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인터렉티브 마케팅 콘텐츠를 준비할 때 고려할 것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목표에 따라 알맞은 형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흥미 요소만 고려해 콘텐츠를 구성하는 것보다 정보 전달성이 높아야 하는 것들은 반응형 콘텐츠로, Personalized 요소가 높은 제품은 컨피규레이션 같은 콘텐츠가 효과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로템과 같은 철도차량 제작사는 어떤 대화형 콘텐츠가 좋을까? 앞서 언급했던 디지털 조감도를 조금 변형해 보면 좋은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고객이 가장 고민하는 실내 인테리어를 손잡이, 의자, 바닥재 등의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다양한 디자인(색감, 재질 등) 등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고객의 니즈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Bombardier가 독일 이노트란스 2018 전시회에서 고유 플랫폼을 통해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여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했던 사례도 찾을 수 있다.

3) 고객 니즈 기반의 기술 인프라 환경

고객의 디지털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면서 디지털 기반 고객 니즈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기기와 채널 유입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최신 스마트폰을 통해 접속하는 경우, 출시 3년 정도 지난 태블릿으로 접속하는 경우, 또는 회사 노트북으로 접속하는 경우 등 접속 가능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대비해 누구라도 최적의 방문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인프라 환경을 검토해야 한다. 글로벌 CRM 기업인 SAP의 CRO(Chief Revenue Officer)인 폴라 핸센 (Paula Hansen)은 “모든 마케팅 활동과 관련된 노력은 코로나 19라는 렌즈를 통해 재정립되어야 하고… (중략), 오늘날의 기술 인프라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는 근간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자체적인 IT 인프라 환경을 운영하며 대고객 서비스에 대한 기술을 마련했던 것이 전통적이지만, 빠르게 바뀌는 고객의 니즈와 디지털 환경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려면 신기술에 대한 검토가 더욱 적극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로템도 철도 및 플랜트 사업본부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빅데이터화하여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고객에게 유용한 정보로 변화하여 제공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히 고객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설계 및 제조기술에도 활용될 수 있다. 빈번한 고장이 발생하는 부품을 찾아 고장 원인을 조사하여 비용이 일정 부분 상승되더라도 최적의 설계를 통해 신뢰성을 높이고 이러한 부품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조금 더 높은 금액으로 판매하는 등 자연스러운 자본 순환구조에 편승하여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세계 최초’ 만나게 될 것

폭스바겐 외 많은 기업이 코로나 시대에 대응하는 전략과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Virtual Motor Show는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수많은 ‘세계 최초’ 마케팅 중 하나일 것이다. 코로나 이후 전 세계의 마케팅 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고, 트렌드를 이어 나갈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부터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마케팅의 변화도 예외는 아니라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요즘, 어떻게 하면 보다 더 디지털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기업의 끊임없는 고민은 계속될 것이며, 이러한 디지털 전환의 사례는 더 많아질 것이다. 현대로템도 현재 개발하고 있는 열차 스마트 기술을 활용하여 수많은 정보의 전산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언택트 마케팅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