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도시, 시라쿠사

이곳은 시칠리아의 남동쪽에 끝에 있는 시라쿠사(Syracuse)는 작은 바다 마을이다. 강렬하게 내리쬐는 태양, 더위를 가시게 할 푸른빛의 지중해, 노을을 그대로 반사해 도시를 노랗게 물들이는 상앗빛 건물과 거리. 시라쿠사에 몇 시간만 머물러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라쿠사에 간다면 두오모 광장을 거쳐야만 한다. 광장을 가로지르다 보면 영화 <말레나>에서 모니카 벨루치가 남자들의 시선을 한눈에 끌며 두오모 광장을 지나치던 장면이 머릿속에 그대로 재생된다. 광장 중앙에는 7세기에 지어진 아름다운 카테드랄(Cathedral of Syracuse)이 있는데, 1693년 지진으로 피해를 당하고 나서 다시 바로크양식으로 재건축된 건축물로, 그 자태가 무척 아름답다.
그리스 로마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고고학 공원(Neapolis Archaeological Park)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공원 안의 ‘디오니시오의 귀’가 유명한데, 무려 세로 65m의 길이로 뻗어있는 신비로운 동굴로 시칠리아를 지배했던 디오니시오가 포로들을 잡아놓는 공간이었다고 전해진다.
꼭 건축물이나 유적지가 아니어도 좋다. 뜨거웠던 도시가 식어갈 무렵, 지중해가 보이는 바에서 와인을 마시며 온통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마을을 관찰한다고 상상해보라. 아마 시라쿠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경험일 것이다.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에트나 화산

에트나(Etna) 화산은 해발 3,350m로 유럽 활화산 중 가장 높은 산이다. 지금도 화산 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장 큰 폭발은 1699년이었다. 폭발 당시 용암이 인근 도시인 카타니아까지 흘러들어와 약 12,000명의 사람이 희생됐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에트나 화산은 흥미롭다. 불의 신인 헤파이스토스(Hephaistos)의 대장간이 있던 곳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포세이돈(Poseidon)의 아들인 폴리페모스(Polyphemus)가 살았던 곳으로도 나온다. 제우스가 100개의 머리를 가진 티폰(Typhon)을 에트나 산에 가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신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특별한 환상을 갖고 에트나 화산을 찾는다.
사진에서 보이듯 에트나 화산 근처에 도착하면 누구나 그곳에 가까워졌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초록빛으로 가득했던 풍경이 짙은 흑색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거무죽죽한 흙더미가 끊임없이 펼쳐지는 풍경을 보고 있자면 비로소 에트나가 화산 지대임을 깨닫게 된다. 에트나 산 탐방은 해발 2.000m에서 산등성이를 걸어 올라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산을 오르다 보면 과거 용암에 파묻힌 집의 흔적과 새카맣게 탄 분화구를 볼 수 있다. 에트나 탐방을 하는 사람들은 화산이 분출될 때 모습을 상상하며 분화구 위에 올라가 움푹 파인 커다란 구덩이를 내려다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옥한 화산성 땅은 농사에 적절해 에트나 산 인근에 포도밭이나 과수원이 많은 걸 볼 수 있다. ‘죽음과 생명의 땅’이라는 명칭이 이토록 적절한 곳이 있을까.

<시네마 천국>의 그곳, 체팔루

영화 <시네마 천국>은 시칠리아 팔라조 아드리아노(Palazzo Adriano)와 체팔루(Cefalu)에서 촬영됐다. 그중 체팔루는 시칠리아에서 꽤 인기 있는 관광지다.
아름다운 지중해, 아기자기한 상점, 낭만적인 골목길이 있어 마치 영화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체팔루 가장 안쪽에 있는 마리나 광장(Piazza Marina)은 작은 해변과 사용하지 않는 옛 부두가 있는 조용한 장소로, <시네마 천국>의 촬영지기도 하다.
영화관에 갈 수 없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알프레도가 밤에 야외 영화 상영을 하는 장소로 등장했다. 북적북적했던 영화 속 분위기와는 달리 조용히 일광욕하는 관광객이나 낚시꾼들이 전부여서 시칠리아 본연의 고요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체팔루의 바위산 로카(Rocca)도 유명하다.
거친 바위산은 오르기에는 다소 힘들어도 환상적인 체팔루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어 전망대로 인기다.

그 외에도 미식의 고장 시칠리아에서 즐겨야 하는 음식이 많다. 본연 재료의 맛을 주로 살려 요리하는 것이 시칠리아 음식의 특징. 성게 스파게티(Spaghetti ricci e crem), 정어리 파스타(Pasta Con le Sarde)등 싱싱한 해산물로 만든 요리는 조미료가 따로 필요 없다. 시칠리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달콤한 디저트도 빠뜨릴 수 없다. 빵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먹는 브리오쉬(Brioche) 시칠리아 대표 디저트인 달콤한 카놀리(Cannoli), 밥을 튀겨 요리한 아란치니(Arancini) 등이 있다. 특히 버터, 설탕, 계란과 바닐라 아이스크림만 있다면 만들 수 있는 브리오쉬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먹는 브런치이기도 하다. 지중해의 향기가 그리운 사람이라면 집에서 올리브 오일만 추가해 오븐에서 구워보자. 고소하고 부드러운 빵 사이의 촉감이 잠깐이나마 기분을 환기해 줄 것이다.

아름답고 평온하면서도 변함이 없는 장소는 많지 않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어도 시칠라아가 품은 향수는 그대로다. 훗날을 기억하며 지금은 잠시 눈과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에 미소를 지어보자.

이대로 돌아가기 아쉬운 현대로템인 이라면, 창공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감상해보자.